2024년에도 여전히 많은 한국 여행자들이 찾고 있는 동남아 대표 여행지, 베트남. 따뜻한 기후와 아름다운 자연은 물론, 베트남만의 다채로운 음식 문화는 매년 수많은 미식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특히 베트남 음식은 지역마다 특색이 다르고, 재료와 조리법 또한 다양하여 한 번의 여행으로는 다 담기 어려울 정도로 풍부한 매력을 지니고 있죠. 이번 글에서는 베트남을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반드시 맛봐야 할 대표 음식들을 2024년 기준으로 엄선해 소개합니다. 미리 알고 떠나면 더 맛있고 알찬 여행이 될 거예요.
쌀국수만 있는 게 아니다! 다양한 국수 요리
베트남 음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퍼(Pho), 즉 쌀국수입니다. 투명한 육수에 얇은 쌀면, 소고기나 닭고기를 올려 즐기는 퍼는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메뉴죠. 하지만 베트남의 국수 요리는 퍼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지역마다 전혀 다른 맛과 스타일의 국수 요리가 존재합니다.
중부 후에 지역에서는 분보후에(Bun Bo Hue)가 대표적입니다. 이 국수는 매콤하고 진한 국물에 두툼한 면발, 소고기, 피순대, 돼지족발 등이 들어가 풍부한 맛을 자랑합니다. 후추와 고추기름이 섞인 국물은 한국인의 입맛에도 딱 맞아 매운 맛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특히 추천됩니다. 후에 현지에서는 아침 식사로 자주 먹는 인기 메뉴입니다.
북부 하노이의 대표 국수 요리는 분짜(Bun Cha)입니다. 이 요리는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와 돼지고기 완자, 쌀국수, 생야채, 피시소스를 섞은 육수가 함께 나옵니다. 육수는 뜨겁고, 면은 차갑게 먹는 독특한 스타일이며, 면을 찍어 먹는 방식이 처음엔 낯설지만 먹다 보면 빠져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방문 당시 먹었던 메뉴로도 유명하죠.
이외에도 분카(Bun Ca: 생선 국수), 분리에우(Bun Rieu: 게살 토마토 국수), 미꽝(Mi Quang: 다낭식 비빔국수) 등 전국적으로 다양한 국수 요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베트남 국수는 단순한 한 가지 요리가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와 생활이 반영된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여행지에서 퍼만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국수에 도전해 보세요. 그 지역만의 매력을 입안에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거리에서 즐기는 진짜 베트남 음식
베트남의 미식 세계를 제대로 경험하고 싶다면, 반드시 길거리 음식 문화를 체험해야 합니다. 베트남인들의 일상 속에서 사랑받는 음식들은 대부분 골목과 시장, 거리에서 탄생하고 소비됩니다. 높은 가격의 레스토랑보다는 저렴하면서도 풍부한 맛을 자랑하는 노점이 오히려 진짜 ‘현지의 맛’을 느끼기에 제격이죠.
가장 유명한 길거리 음식 중 하나는 반미(Banh Mi)입니다. 프랑스 식민 지배 시절 도입된 바게트에 베트남식 재료를 접목해 만들어진 샌드위치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습니다. 파테, 오이, 당근절임, 고기, 고수, 칠리소스 등을 넣은 조합은 한 입만 먹어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훌륭합니다. 하노이와 호치민 모두 반미 맛집이 많지만, 호치민의 반미 후인화(Banh Mi Huynh Hoa)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 중 하나로 꼽힙니다.
반쎄오(Banh Xeo)는 베트남식 전병입니다. 쌀가루 반죽에 강황을 넣어 노랗게 부친 후, 안에 새우, 숙주, 고기 등을 넣고 바삭하게 구워냅니다. 이것을 라이스페이퍼에 싸서 허브와 함께 먹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반쎄오는 다낭, 호이안 등 중부 지역에서 특히 많이 즐겨지며, 시장이나 길가 노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꼼땀(Com Tam)은 부서진 쌀로 만든 밥 요리입니다. 그 위에 숯불에 구운 삼겹살, 계란후라이, 채소를 올리고 느억맘이라는 피시소스를 곁들여 먹습니다. 현지인들이 아침이나 점심에 자주 먹는 메뉴이며, 가격도 2~3천 원대로 매우 저렴합니다. 특히 호치민 시내에는 꼼땀 전문점이 많아 외국인 여행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길거리 음식은 그저 ‘간단한 끼니’가 아닌, 그 나라 사람들의 생활과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문화입니다. 야시장, 골목시장, 해변 근처 노점 등에서 소박하지만 깊은 맛을 경험해 보세요. 식당에서 맛볼 수 없는 베트남의 진짜 매력이 그 안에 있습니다.
베트남 현지에서 인기 있는 이색 요리
베트남에는 퍼, 반미처럼 유명한 음식 외에도 외국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인들에게는 일상처럼 즐기는 이색 음식이 많습니다. 이런 음식들은 대체로 한 지역의 전통에서 기인하거나, 가족 단위 외식 시 자주 등장하는 메뉴들입니다. 이들은 조금 낯설 수 있지만, 베트남의 ‘진짜’ 맛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꼭 추천할 만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이색 요리는 라우(Lau)입니다. 베트남식 샤브샤브라고 볼 수 있는 라우는 커다란 전골 냄비에 해산물, 고기, 채소, 두부 등을 넣고 끓여가며 먹는 요리입니다. 라우는 친구, 가족, 연인들이 함께 둘러앉아 식사를 나누는 음식으로, 대화와 여유가 함께하는 식문화입니다. 해산물 라우, 소고기 라우, 김치 라우 등 종류도 매우 다양하며, 사이공의 ‘Lau De’는 염소고기 전골로도 유명합니다.
또 하나 주목할 요리는 껌헨(Com Hen)입니다. 중부 후에 지역에서 유래한 음식으로, 작고 자잘한 조개(헨)와 고명, 허브, 땅콩, 돼지껍질 등을 따뜻한 밥 위에 얹어 먹습니다. 보통 차가운 재료가 올라가는 방식이 독특하며, 식초와 생선소스의 조화로 새콤한 맛이 특징입니다. 외국인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중독성 있는 조화로 현지인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가 많습니다.
디저트도 빼놓을 수 없죠. 체(Chè)는 베트남식 단팥죽 또는 빙수 같은 디저트로, 코코넛밀크를 기본으로 팥, 타피오카, 젤리, 과일, 콩 등이 어우러집니다. 시원하고 달콤한 맛 덕분에 더운 날씨에 많은 사람들이 찾습니다. 하노이에서는 체쓰아(Chè Sua), 호치민에서는 체타이(Chè Thai) 같은 버전이 있으며, 로컬 디저트 카페에서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이처럼 베트남의 음식 문화는 매우 다층적이며,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이색 요리가 다소 낯설 수 있지만, 한 번만 시도해보면 새로운 미식 세계가 열리게 됩니다. 진정한 현지인의 삶을 체험하고 싶다면, 메뉴판에서 처음 보는 음식을 시도해보는 용기를 가져보세요.
베트남은 단순히 ‘저렴한 물가의 여행지’가 아닌, 풍부한 음식 문화의 보고입니다. 퍼, 반미처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식 외에도 지역 고유의 국수 요리, 노점에서 파는 진짜 길거리 음식, 그리고 현지인들만 아는 이색 요리까지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2024년에 베트남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단순히 관광지 위주가 아닌, ‘먹방 여행’을 중심으로 동선을 짜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여행의 기억은 입으로 남는다는 말이 있죠.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고, 그 안에서 현지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는 것. 그것이 진짜 여행의 즐거움입니다. 이번 베트남 여행에서는 한 끼 식사마저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어줄 겁니다. 맛있게, 그리고 현명하게 즐기세요.